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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년간 전자청진기를 개발하고 생산하면서 몸에서 나는 이상음을 들으며 진단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에 대해 설파했지만, 유독 우리나라만 최신식 진단장비의 구입이나 시각적 장비에만 너무 의존한 나머지 점점 의사들의 소리를 듣는 의료기술이 뒤떨어지고 있는바, 이런 보도기사는 참 반길만한 자료인 것 같습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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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이 고장나면 잡음이 심해진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없을 땐 오장육부가 부지런히 움직여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는 반면, 어딘가가 고장나면 작은 움직임에도 크고 작은 소리가 나게 마련이다. 예나 지금이나 청진기가 의사의 상징인 이유다. ‘몸의 소리’는 몸의 이상을 살피고 질병을 예측하는 주요 수단이다. 몸의 소리 중에는 무심코 지나쳐선 안 되는 소리가 있다. 몸이 내는 다양한 소리와 심각성을 정리했다.



병원 가야 하는 소리 따로 있다

무릎을 굽힐 때 나는 ‘뚝’ 소리, 스트레칭을 할 때 허리에서 나는 ‘우두둑’ 소리는 나이 들수록 심해진다. 그래서 나이 들어 관절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소리만으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관절 속 ‘관절액’에서 순간적으로 공기가 빠져나가는 소리다. 관절액은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줄어든 공간에 공기가 들어차면 소리가 잦아진다. 관절액이 일정 수준 이하로 줄어들면 문제가 되지만 일반적으로 심각한 수준까지 줄어들지는 않는다.

귀 기울여야 할 몸의 소리

예외도 있다. 크게 네 가지다.
첫째로 통증을 동반할 때다. 연골이나 힘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퇴행성관절염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소리가 난 뒤 관절에서 열이 나거나 부어오를 때도 마찬가지다. 흔히 ‘삐었다’고 표현되는 염좌일 가능성이 크다. 인대가 늘어나거나 파열된 상태다.

둘째로 같은 관절에서 소리가 반복될 때다. 한번 소리가 나면 관절액에 공기가 다시 찰 때까지 5~10분 정도 소리가 나지 않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매번 소리가 난다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이런 증상은 손가락 마디에서 흔히 나타난다. ‘방아쇠수지증후군’이라는 질환이다. 손가락을 구부릴 때마다 ‘딸깍’ 소리가 난다. 컴퓨터 작업과 스마트폰 사용이 많은 20, 30대 젊은층에서 최근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된다.

셋째로 걸리거나 덜컥대는 느낌이 들 때다. 주로 어깨나 고관절같이 회전운동을 하는 관절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관절을 한 바퀴 서서히 돌릴 때 특정 자세에서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든다면 십중팔구 힘줄 때문이다. 힘줄이 관절 사이에 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덜컥거리는 느낌이 드는 건 관절을 지탱하는 근육량이 줄어서다. 탈구(관절이 빠지는 현상)로 이어지기 쉬워 주의해야 한다.

습관적으로 소리를 반복해 내는 것도 피하는 게 좋다. 손가락을 자주 비틀어 꺾으면 마디가 굵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사실이다. 인대가 두꺼워지기 때문이다. 두꺼워진 인대는 탄성이 떨어져 쉽게 상처를 입고 회복이 더디다. 목과 허리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칭할 때 의도적으로 소리를 내는 것은 경추나 척추 관절에 불필요한 마찰만 일으키는 행동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김동환 교수는 “아주 작은 자극이라도 반복되면 퇴행성 변화가 빨리 진행된다”며 “지속적인 마찰로 연골이 남들보다 쉽게 손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딱' '바스락' '삐'…원인은 달라

같은 관절이지만 소리를 알아차리기 어려운 곳도 있다. 턱관절이다. 고막 바로 안쪽에서 소리가 나기 때문에 귀 질환으로 오인하기 쉽다. 보통은 다른 관절처럼 입을 벌릴 때 ‘딱’ 소리가 나지만 종종 ‘바스락’ ‘드르륵’ 소리로 들릴 때도 있다. 고막이 손상됐거나 중이염에 걸렸을 때 나타나는 증상과 비슷하다. 이명으로 오인해 방치하면 병을 키우기 쉽다. 소리와 함께 입이 크게 벌어지지 않거나 통증이 동반되면 구강내과(치과)를 찾는 게 좋다.

통증이나 기능적 이상 없이 소리만 들린다면 귀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때 들리는 소리는 매우 다양하다. 가장 흔하게 높은 음으로 ‘삐’ 소리가 길게 들린다. 라디오 잡음처럼 ‘지지직’거리는 소리, 낮게 ‘웅’ 하고 울리는 소리, 매미 소리나 풀벌레 소리, 심장이 뛰는 소리도 있다. 이명에 해당하는 증상이다. 조용한 곳에서 집중할수록 소리가 또렷해진다.

이명의 원인은 크게 네 가지다.
가장 흔한 원인은 소음이다. 밝은 빛을 본 후에 잔상이 남듯 큰 소리는 일시적으로 귀에 영향을 끼친다. 보통 난청과 함께 나타난다. 중이염, 돌발성 난청, 메니에르병 같은 질환이 이명을 유발한다. 노화로 청력이 손실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명이 나타나기도 한다. 귀에 독성이 있는 몇몇 항생제·항암제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머리·목에 있는 혈관에 이상이 생기면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송재진 교수는 “소음에 의한 이명은 대부분 조용한 곳에서 잠시 쉬면 이내 사라진다”며 “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이명이 생겼거나 소음에 의한 이명이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면 영구적인 청력 손실로 이어지기 전에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꼬르륵' 단순 허기 vs 대장암

배에서 이따금 나는 ‘꼬르륵’ 소리는 대부분 배가 고파서 나는 소리다. 배가 고파 음식을 먹는 상상을 하면 순간적으로 장 운동이 활발해지는데 이때 소리가 난다. 사실 꼬르륵 소리는 작지만 평소에도 나는 소리다. 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배에 귀를 대고 자세히 들으면 5~10초에 한 번씩 들린다. 공복일 때도 장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는다.

배가 고프지 않은데 소리가 크게 들린다면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의심해 볼 만하다. 장이 쓸데없이 과하게 움직이는 질환이다. 꼬르륵 소리나 물이 흐르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 설사·변비·복통·복부팽만감을 동반한다. 심각하면 장폐색일 수도 있다. 장폐색이란 장이 아주 좁아진 상태를 뜻한다. 좁아진 틈으로 음식물을 보내기 힘들면 장은 더 강하게 움직이는데, 이때 밖에서 들릴 정도로 큰 소리가 난다. 장폐색은 다양한 질환에서 동반되는 증상이다. 장이 꼬이거나(장중첩증) 만성염증이 생겼을 때(크론병) 장이 좁아질 수 있다. 대장암이 원인일 수도 있다. 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김수환 교수는 “대장암 조직이 커지면 장을 막게 되는데, 50대 이상이면서 혈변까지 나타난다면 가장 먼저 대장암을 의심한다”고 말했다.

기침소리도 자세히 들으면 제각각

10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라면 아이의 숨소리와 기침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게 좋다. 천식이 있으면 숨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폐렴이 있을 땐 눈을 밟을 때 들리는 ‘뽀드득’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아이들은 기침소리도 질환에 따라 다르다. 천식과 모세기관지염은 쇳소리가 섞인 기침을 한다. 기침이 심하고 숨을 가쁘게 쉰다. 개가 짖는 것과 같이 ‘컹컹’대는 기침소리는 후두염 때문이다.

성대가 부어 숨 쉴 때 ‘그르렁’ 소리가 들린다. 고대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하기수 교수는 “같은 기침이라도 소리에 따라 원인이 다르다”며 “아이들은 증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침소리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글=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